메구미, 안녕. 이렇게 태평하게 이름을 부르는 것도 망설여집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까? 올해도 벌써 2월입니다. 어머니는 4일에 84세가 되었습니다. 자꾸 나이만 먹는 것 같아, 생일이 조금도 기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메구미는 분명히 환하게 축하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아, 벌써 할머니가 되어버렸네요! 」라며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달려와 안기는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려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몸의 쇠약함을 느끼고 매일이 힘듭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필사적으로 재활훈련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한시라도 빨리 메구미를 만나게 해드려야 하는데」하는 초조한 마음이 들어, 온몸이 저리기도 합니다.
이것이 나이가 든다는 것입니다. 비단 아버지와 어머니만이 아닙니다. (납치 피해자의) 모든 가족들이 나이가 들고, 병들고, 지쳐가면서도, 피해자들과 조국의 땅에서 서로 얼싸안고 싶다는 소망으로 목숨의 불꽃을 태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에게는,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온 몸과 마음으로 지금까지 싸워왔지만 더 이상은 길게 기다릴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정치인들과 관료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들은 텔레비전에서 편안하고, 어떨 때는 한가롭게 보이는 당신들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치가, 관료) 여러분들은 납치가 얼마나 잔혹한 현실인지 좀더 직시해 주면 좋겠습니다.
다음 생일에는 꼭 메구미와 함께 축하받고 싶습니다. 이것을 실현시켜야하는 것은 일본이며, 일본정부입니다. 하지만 최근 정치실태를 보면 「정말로 해결하려는 것인가? 피해자들의 귀국 방도를 찾고는 있는 것인가」하는 불안함과 허무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아무 죄없이 납치된 우리 아이들을, 가족을, 돌려주세요」. 이 간단한 소망이 이뤄지지 않고 절망적일만큼 긴 시간이 지나버린 현실에, 납치사건의 어둠의 깊이도 느낍니다. 하지만 이 어둠에 빛을 비추지 않고서는 안 됩니다. 레이와(令和)라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첫 생일에 피해자 전원의 하루라도 빠른 구출을 바라면서, 일본의 밝은 미래를 기원합니다.
메구미와 함께 지낼 수 있었던 시간은, 메구미가 열세살이 될 때까지, 얼마되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 막 태어난 메구미를 안은 순간부터 많이 행복했습니다. 정말로 메구미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습니다. 메구미가 납치될 때까지의 밝은 일상이 떠오를 때마다, (메구미가 보물이었다는 것을)실감합니다. 그런 메구미이기 때문에 반드시 하늘의 큰 힘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보호받고, 배우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납치 사건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일본과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진지하게 마주 보고, (양국의) 평화와 행복한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그런 날이 곧 올 것 같기도 했지만, 곧 조용해져 버렸습니다.
메구미를 비롯한 납치 피해자들은 지금 이 순간도 일본이 구출해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엄동설한의 북한에서 견디고 있겠지요? 그것을 생각하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신문이나 텔레비전의 뉴스에 눈을 빼앗기게 됩니다. 하지만 국회 등을 보고 있으면, 납치 문제가 거론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정치가 여러분은 국민의 대표로서 나라의 미래를 힘을 다해 논의해주면 좋겠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도 결의를 관철하셔서 모든 납치피해자들을 구하고 그들이 조국의 땅을 밝게 해주십시오.
납치사건은 국가범죄임과 동시에, 인간의 원죄 바로 그것입니다. 「타국보다 강해지고 싶다」 「빼앗겠다」 그런 욕심이 다툼을 부르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까? 메구미를 비롯한 납치피해자들은 물론 우리 (피해자) 가족들도 납치라는 무도한 북한의 죄로 인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빼앗겨 왔습니다.
북한은 수많은 국민이 굶주림에 고생하는데도 군비에 계속해서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납치피해자들을 계속해서 억류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북한) 최고지도자는 제발 이 같은 현실을 깊이 생각하고, 행복한 세계를 그리고, 이를 실현해주면 좋겠습니다. 이는 결코 어려운 결단은 아닐 것입니다.
납치사건과 관련해서는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2002년, 하스이케씨 부부, 지무라씨 부부, 소가 히토미씨가 일본에 귀국했을 때 「정말로 살아있었구나」 생각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오는 5명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놀랐고 그리고 희망도 샘솟았습니다.
북한은 메구미를 비롯한 납치피해자들에 대해 「사망」 혹은 「미입국」이라고 거짓말해왔습니다. 메구미의 가짜 유골까지도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도 어머니는 메구미뿐만 아니라 피해자 전원이 분명히 살아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납치사건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도한 북한의 납치는 확실히 존재했고, 오랜 침묵을 견딘 뒤에 (일부 피해자) 젊은이들은 생환했습니다.
거센 폭풍 속에서도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메구미와 마찬가지로 큰 힘에 의지 받고 살아온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모든 분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기도합니다.
모든 납치피해자를 일본에 귀국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일본은 물론, 전세계의 용기, 사랑, 정의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지금 한번 더, 북한에 잡혀가 구출을 기다리는 납치 피해자의 모습을 마음속에 담아주세요. 그리고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세요.
메구미, 아버지, 그리고 남동생 다쿠야, 데쓰야와 같이 즐겁게 지냈던 일상을 되찾기 위해 어머니는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84세의 생일을 맞이해서도 이런 생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꼭 몸 조심하고, 강한 희망으로 건강하게 지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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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Sakie Yokota